“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충북 보은에서 대표적 사과 주산지로 꼽히는 삼승면 일대. 이곳에는 5월28일 골프공만 한 우박이 내려 이 지역 300여 사과재배 농가 가운데 60~70%가 피해를 입었다. 과원에는 우박에 맞아 검은 생채기가 난 어린 열매와 찢어진 나뭇잎들이 수두룩했다.

　김명국씨(56)도 우박피해 농가 가운데 한명이다. 그의 과원 피해규모는 1만4,000㎡(4,242평)에 달했다. 하지만 김씨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보험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과원에는 사과나무 1,026그루가 심어져 있다. 평균 수확량을 따져 책정된 보험가입금액은 7,489만원으로 그가 낸 보험료는 정부 50%, 지방자치단체 25%, 농협이 20%의 부담을 뺀 나머지 13만1,300원이다.

　김씨의 과원에 산정한 1차 우박피해율은 95%로 이번 가을에 최종 수확량을 따져본 뒤 자기부담비율(본인＋농협부담비율=25%)을 제외한 보험금이 김씨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만약 피해율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7,114만원(가입금액의 95%)에서 자기부담금 25%인 1,872만원을 공제한 5,242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하지만 삼승면에서 김씨처럼 보험 혜택을 보는 농가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 지역에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사과재배농업인은 28명으로 가입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상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피해를 입고 보니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농업인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험가입으로 한시름 덜기는 했지만 보험금 지급절차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피해 보상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피해를 입은 과실을 그대로 방치해야 1차 조사 때의 피해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나마 피해를 보지 않은 어린 열매를 제대로 키우려면 상처가 난 열매 등을 솎고 수세가 약해진 나무를 돌보는 데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이런 작업을 할 경우 가을 수확철에 피해율이 낮아져 보험금이 적게 책정되는 모순이 있다”며 “아예 처음부터 손해사정인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농가와의 합의로 피해율을 정확히 산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농업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은=류호천 기자 [농민신문: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