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값 절반 ‘뚝’ … 과일지수 80선 붕괴
농산물값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그동안 값 강세를 보여온 채소류 품목들이 한꺼번에 내림세를 보이며 동반 하락, 장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과일류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약세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장세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농산물 시장 전체에 불황이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값은 14일까지 5t 트럭 상품 기준 평균 400만원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 23일 현재 181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다. 무값도 비슷해 5월 초 5t 트럭 한차당 390만원에서 23일 185만원까지 떨어졌다.
또 얼갈이 배추, 열무값도 하락, 1~1.5㎏ 한묶음값이 대부분 200~300원으로 바닥세다. 뿐만 아니라 상추·깻잎 등 잎채소류의 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양파·오이·호박·양상추 등도 연쇄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배·감귤 등 과일류 값도 최근 수박 출하량이 늘면서 동반 하락해 가락시장의 과일류 지수는 80선이 무너진 상태다. 예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낮은 것이다.
이필래 한국청과 판매부장은 “올 들어 비오고 흐린 날이 많아 그 동안 채소값이 비교적 강세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반입량이 급격히 늘어 값이 동시에 떨어졌다”면서 “대부분의 품목에서 파종면적이 늘어난데다 수확시기가 맞물려 있어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락시장의 반입량은 5월 초 하루평균 5,000t 내외에서 12일 이후 6,000~7,000t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시설채소 농가들 가운데는 값 하락에 견디다 못해 밭을 갈아엎거나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섭 경기 남양주시설채소연합회장(경기 남양주 진건면)은 “상추값이 떨어져 작업비나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날이 많아 그동안 재배해오던 2,000평의 상추밭을 23일 모두 갈아엎었다”면서 “상추뿐 아니라 열무·얼갈이배추 재배농가들 가운데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으며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광섭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장은 “채소류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농산물 장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채소류는 비교적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값이 싸면 오히려 소비가 부진해지는 경향이 있어 과일류에 이어 채소류의 장세 침체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구〉 sgchoi@nongmin.com
발취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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